5살 난 철이는 며칠전부터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리며, 열이 조금 나는 등 감기기운이 있더니 어제 저녁부터는 귀가 아프다고 울면서 밤새도록 보채서 엄마와 함께 이비인후과에 오게 됐다.
위와 같은 증상은 환절기나 요즈음과 같이 건조하여 자칫 감기 걸리기 쉬운 계절에 흔하게 발병하는 급성중이염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때 고막을 들여다 보면 정상적으로는 은백색의 고막이 잘 익은 능금처럼 빨갛게 부풀어져 있어서 보기만 해도 매우 아프게 보인다.
급성중이염은 유소아에게서 특히 잘 걸리는데 그 이유는 첫째 귀와 비인강과 통하여 귀의 공기압을 조절해 주는 구실을 하는 이관이 유소아에서는 어른에서와 같이 완전히 성장되지 않아 상기도 염증이 쉽게 귀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유소아의 경우 성인에서는 퇴화되고 없는 임파조직인 비인강편도(흔히 아데노이드라 부르는)가 발달되어 있어서 이관의 입구를 막기도 하며, 세균의 감염도 일으키게 된다. 마지막으로 알레르기성 비염 등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도 중이염의 발생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다수의 경우 심한 통증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고 한나절 정도 지속되게 되며, 종종 고막의 팽창이 심한 경우 중이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고막이 터져서 귀로부터 피가 섞인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때 환아는 고막팽창으로 인한 통증이 사라지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급성중이염의 원인균은 폐렴연쇄구균과 인플루엔자균의 감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는 일반적으로 항생제 투여다. 항생제의 투여는 감염의 치료와 동시에 고막의 천공시 이차적인 감염 등을 방지하여 병의 치유를 돕기 위한 것이며, 통증의 정도가 심하고 고막의 팽창이 심할 경우, 고막을 절개하여 염증액을 배농시켜주기도 한다. 고막의 천공 등으로 인하여 귀에서 계속하여 진물이 흘러나오면 귓속에 항생제 물약을 넣어 주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대다수의 급성중이염은 큰 부작용이나 후유증 없이 치유가 되나 감기가 걸릴 때마다 재발되는 것과 이따금 급성기의 질환이 만성으로 이행되는 것이 문제이다. 많은 부모들이 재발의 방지에 대해서 문의하지만 감기 들지 않도록 조심하며 성장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현재 예방백신의 개발을 위하여 연구중이지만 실용화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만성으로 이행된 경우 삼출성중이염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고막의 안쪽 중이강내에 끈적끈적한 액체가 차 있어서 잘 듣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아이들을 불러도 잘 듣지 못하게 되고, TV를 크게 틀거나 자꾸 앞으로 가서 보게 된다. 삼출성중이염을 방치할 경우 난청으로 인해 아이들의 주의력이 떨어지게 되고, 만성중이염으로 이행 가능성도 있으므로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전신마취하에 고막의 일부를 절개하고 중이강내의 액체를 뽑아낸 다음 환기튜브를 삽입하여 준다. 이때 구개편도나 아데노이드비후 등이 관찰되면 같이 제거한다. 급성중이염은 유소아에게 흔하면서 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필요로 하는 질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