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종이 생기는 내분비 질환들
외래 진료 시 몸이 붓는다는 환자를 흔히 만난다. 큰 병이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눈빛이 역력하지만 대개는 특별한 원인이 없다. 그리고 원인이 있어도 걱정만큼 나쁜 병이 아닌 경우가 많다. 내분비 질환에서도 부종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에 대해 살펴본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있으면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 부종 생겨
몸이 붓는 사람은 '혹시 갑상선 기능 저하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흔히 한다. 맞다. 특히 중년 여성이 이유 없이 붓고 체중이 늘며 피곤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를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붓는다고 해서 모두 갑상선 기능 저하는 아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로 생기는 부종은 '비함요 부종'이라 하여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다. 반면 신장, 심장, 간이 좋지 않을 때는 누르면 쑥 들어가는 '함요 부종'이 생긴다. 갑상선은 목 앞쪽에 있는데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면 주로 눈 주위, 손, 발 등에 부종이 나타나고 혀가 두꺼워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말초 혈관의 수축으로 피부가 창백하고 차가운 느낌을 주고 땀 분비가 감소하여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게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부종이 생기면 간혹 인후부나 성대에서 쉰 목소리가 나고 심하면 동작이나 말이 느려지기도 한다. 사지가 저리거나 근육이 뻣뻣하고 통증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런 증상은 추운 곳에서 더 심해진다. 증상이 악화되면 늑막이나 심장을 싸는 막에 물이 차므로 이때는 숨이 차게 된다. 그밖에 목이 두툼하게 커지거나 피부가 거칠고 머리카락이 건조하고 윤기가 없으며 잘 빠지고 손톱이 잘 부스러지는 것도 갑상선 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남자에서는 드물고 여자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출산 후 발생하기도 하고 중년여성에서 많이 나타나므로 여성들은 부종이 있을 때 특히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의심해야 한다. 물론 가족 중에 갑상선 질환(종양은 관계없음)이 있는 사람은 더욱 의심해 보아야 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혈액검사, 갑상선 초음파, 갑상선 스캔(핵의학검사) 등으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비교적 간단한데 갑상선 호르몬을 매일 복용하면 증상이 사라진다. 특별한 후유증은 없으나 안타깝게도 잘 낫지 않는 병이라 평생 약을 먹을 가능성이 높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살이 빠지는 병인데 치료하다 보면 체중이 늘면서 붓는다고 말하는 환자가 있다. 이는 갑상선 치료제가 과한 경우 일시적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를 유발하여 심하게 부은 것으로 약물을 조절하면 된다.
쿠싱 증후군에서 드물게 부종 생겨쿠싱이란 사람이 처음 발견하여 명명된 '쿠싱 증후군'은 뇌의 일부분인 뇌하수체나 부신에 종양이 생겨 호르몬(코티졸)이 과다하게 생기면서 배가 많이 나오고 체중이 늘고 얼굴, 어깨나 등에 살이 찌는 병이다. 쿠싱 증후군에서 간혹 부종을 동반할 수는 있으나 아주 드물어서 부종이 생겼다고 이 병을 의심할 것까지는 없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스테로이드를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했다. 이 약은 대개 무릎이 아프거나 허리가 아플 때 먹으면 언제 그랬냐 싶게 좋아지므로 당시 약국에서 별 주의 없이 판매했고 환자도 당장 효과를 보기 위해 사먹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호르몬 약을 과량 장기간 먹으면 쿠싱 증후군이 생긴다. 체중이 늘고 얼굴도 달덩이처럼 되고 붓기도 한다. 그래서 붓는 사람은 혹시 약물의 영향이 아닌지 꼭 확인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호르몬 이외에도 혈관확장제, 혈압약(일부)도 부종을 일으킨다.
말단비대증은 부종이라기 보다는 피부가 두꺼워지는 병
말단비대증은 드물게 부종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부종이라기보다는 피부가 두꺼워지고 지루성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얼굴에 큰 변화가 생기는데 입술이 두꺼워지고 코 입술 주름이 뚜렷해지며, 손과 손가락이 굵어지고 발도 커져 반지나 신발이 맞지 않게 된다. 말단비대증은 성장호르몬을 과하게 만드는 종양 때문에 생기며, 어려서 이 병이 생기면 거인증이 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당뇨병 환자는 전신 부종 생기기 쉬워
당뇨병 환자가 부종을 호소할 때는 나쁜 상황일 수 있다. 신장, 심장, 간이 좋지 않을 때에도 부종이 올 수 있는데 당뇨병에서는 특히 신장이나 심장이 좋지 못해 전신 부종이 생기기 쉽다.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신장이 나빠지면 대개 초기에 단백뇨가 나온다. 단백뇨는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가는 현상으로 단백뇨가 있으면 소변에서 거품이 난다. 물론 거품이 생긴다고 해서 모두 단백뇨는 아니다. 단백뇨가 지속되고 양이 많아지면 혈중 알부민이 감소하면서 부종이 생긴다. 신장이 더욱 나빠지면 당연히 부종도 심해진다.
당뇨병 환자가 심장이 나빠도 부종이 올 수 있는데 그럴 때는 대개 숨이 차는 증상이 생기므로 심장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치료제는 대부분 약간의 체중 증가를 가져온다. 특히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체중이 감소했다가 약을 사용하여 혈당이 조절되면 체중이 늘면서 붓는 것을 느낀다. 인슐린 주사도 붓는 느낌이나 체중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