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
간경변이란 여러 원인에 의해 정상 간 세포가 파괴되고 흉터 조직으로 대치되어 정상 간 조직의 양이 줄어들게 되는 만성 간 질환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이렇게 간에 광범위하게 흉터가 생기게 되면 질서 정연하던 간의 구조가 뒤틀리게 되어 간 조직의 혈액 순환이 어렵게 되고, 간 조직은 생명의 유지에 중요한 기능의 일부를 원활히 할 수 없게 된다.
간경변은 특별한 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된다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는 만성 간 질환으로는 B형 및 C형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술에 의한 알코올성 간염이 흔하고 드물게는 여러 가지 유전 질환 및 자가면역성 질환 등이 있다. 하지만 만성 간염이 있는 모든 환자에서 간경변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의 환자에서만 간경변이 오게 된다. 이 또한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간염이 심할수록 그리고 오래 지속될수록 간경변이 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 나라에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성 간염 환자의 약 23%정도가 10년 내에 간경변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보통 간경변은 특별한 증상 없이 조용히 시작된다. 그러나 간이 파괴되고 흉터가 계속 진행되면 식욕부진, 메스꺼움 및 구토 등이 생기며 더욱 진행되면 황달(黃疸), 피부 가려움증, 복수(腹水), 토혈(吐血), *간성 뇌증(肝性 腦症)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간경변의 진단은 간 조직 검사 혹은 여러 가지 임상적 방증(傍證)을 통하여 진단하게 된다. 여기에서 방증이란 진찰 소견상 간이 부어 단단하게 만져진다든지 비장이 부어 만져지거나 혈액 검사 소견상 혈소판 수가 현저히 감소되어 있는 경우, 초음파를 비롯한 영상 검사 소견 상 간의 모양이 뒤틀려 있고 비장이 많이 커진 경우, 내시경 소견 상 식도나 위에 정맥이 불그러져 있는 등을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증은 간경변이 왔다는 것을 시사할 뿐 질환을 확증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방증이 없다고 해서 간경변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치료를 위해선 병인 제거가 필수적이다
간경변이란 간 전체에 오는 것으로 한 부분만이 굳는 것은 아니며, 간의 굳은 정도로 환자의 앞날을 예측할 수도 없다. 간경변의 정도는 간이 얼마나 단단한가라는 기준으로 보는 것은 아니고 환자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간의 기능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는 기준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즉, 간의 기능이 충분하다, 어느 정도 모자라다, 그리고 형편 없이 모자라다로 병기를 구분한다.
간경변의 치료는 그 정도 및 원인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간경변의 진행을 막고, 이미 온 간 손상을 가능한 한 되돌리며, 여러 가지 합병증 들을 치료하는 것이 주 목표가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원인 제거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알코올성 간염의 치료에는 금주 및 균형 있고 적절한 식이가 반드시 필요하며, 바이러스성 만성 간염에 의한 간경변에서는 원인 바이러스의 번식을 막는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간경변 초기의 환자들은, 전문의의 권고를 잘 지키면서 치료를 받는다면, 대부분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한 손상을 받은 후에야 발견된다면 호전의 전망은 그리 좋지 않으며, 복수 혹은 정맥류 출혈 등의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 또한 높다.
간은 큰 장기여서 어느 정도의 손상에도 필수 기능은 유지할 수 있으며,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자신을 보수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 죽은 세포가 새로운 세포로 대치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로 간경변의 원인만 제거된다면 간기능의 호전 뿐만 아니라 정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